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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버스에서 온 티켓 2매로 아들과 함께 보려다 알바로 늦어지는 바람에 급작스레 오빠를 대학로로 불러냈습니다. 사실 아들은 뮤지컬 '6시퇴근'을 보곤 무지 좋았는지 두 번이나 보더군요. 뒤이어 본 연극 '경로당 폰팅사건'으로 순수연극이란 장르에 몹시 투덜거렸습니다. 그 나이에 노인들의 경로당 이야기가 낯설었던 것이 분명해요. 평소에 연극보고싶다고 해서 급히 불러내도 뭐라 하지 않을 오빠는 몹시 반가워했어요. 혜화동 2번출구에서 만난 세살 위 오빠는 기분이 좋았는지 김이 모락모락나는 포장마차에서 뭐 사줄까 합니다. 시간이 없는 관계로 다음으로 기약하고 필링2관을 찾아 지하로 내려가기 전 아쉬웠는지 근처 커피매장에 가서 아메리카노 2잔을 사들고 옵니다. 결혼 전 함께 자취도 1년간 했었던 머리희끗한 중년의 오빠와 둘이 대학로 연극을 함께 본다는 사실이 새삼 목이 메어옵니다. 그랬습니다. 앞으로는 투덜대는 아들따위 빼놓고 오빠나 불러내야겠습니다.

들어서는 공간 벽마다 인도의 색채가 분명한 장식들로 심지어 천장까지 꼼꼼히 꾸며 놓았고, 인도특유의 향을 피워놓았는지 기분이 묘했습니다.

전면엔 배우로 나오는 두 청년의 인도여행 여정을 담은 동영상이 나오는 커다란 흰막이 보이고 그 양옆으로는 거리풍물처럼 인도의 물건들이 빼곡히 진열되었습니다. 무대만으로도, 분위기만으로도 벌써부터 인도에 와있는 착각에 들었습니다. 배우들이 공연 중간에 질문을 하면 '바라나시'에서 봤다고 말해달라고 부탁도 하네요. 배우는 열혈청년 두 명 그리고 우측에 앉아서 조용히 기타반주를 맡은 사람이 모두였지만 꽉 찬 연극무대를 종횡무진 오갔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대이상의 작품이었습니다. 블로그 이웃인 방랑자님의 북인도 여행기를 두어 주간 나뉘어 흥미롭게 읽던 기억이 새록 떠 올랐어요. 여행기의 이야기가 상당부분 겹쳐져서 놀랍기도 했는데 연극무대 올려진 이야기에서는 전면의 동영상으로 두 열혈청년의 주고받는 사랑과 낭만에 대해 생뚱맞은 대화들은 다양한 일탈과 천방지축 다가와 뜨거웠답니다. 연극이 후반으로 무르익어 갈 무렵이었지요. 작은 수레에 촛불들이 몇몇의 관객들과 제게도 나눠졌는데 어둠이 내려진 강가에 촛불을 띄우며 마음 속 기원을 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갈색의 동그랗고 부드러운 나뭇잎 위엔 마른 자잘한 꽃송이들이 초 주위에 가득 얹혀있어요. 그렇게 어두워진 이야기 속으로 함께 기도를 올렸습니다. 천방지축 종횡무진 땀을 흘리다 어느새 조용한 사색의 시간으로 쑤욱 빠져듭니다. 손 위에 얹어진 촛불은 희망과 희원을 담아 내 안을 동동 떠다닙니다.

행복한 관람시간이었습니다. 상상으로 열혈청년의 눈과 귀 그리고 가슴으로 담아온 인도를 가득 담아내던 시간... 인도여행을 꿈꿔 봅니다.

두 남자 배우는 어느새 맨발로 편안한 출연복 차림으로 관객들을 일일이 마중해 줍니다. 원하는 관객들과 사진도 찍고 사인도 해주고 말입니다.

잘생긴 청년들이었어요. 인도여행에서 여유로움이 넉넉히 담긴 모습으로 활짝 웃는 모습을 뒤로 하고는 오빠와 함께 오무라이스 집을 찾아들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가야한다면서 굳이 주문을 합니다. 오늘 밤 공연도 마음에 둥실 다가오고, 오랜만에 만난 오빠와 오무라이스를 먹는 시간도 두둥실 감사했습니다.